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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신근 박사의 '애견 이야기' <102>
요걸, 복날까지 기다려? 말아?
정력과 보신탕은 무관하다. ‘말 같지도 않은 말’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 말은 거짓이 아니다. 사실이다.
유명한 의사선생님 말씀이다.
물론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쇠고기나 돼지고기 등 어느 고기도 정력에 영향이 없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력제가 필요하면 차라리 약을 먹어라. 요즘 좋은 약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편이 돈이나 효과 면에서도 훨씬 나을 것이다.
보신탕 얘기를 하니까 벌써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생각 뚝! 개를 귀여워하면서도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뭡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개를 사랑하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외국 같으면 그저 개를 사랑하는 데 그치지만 우리나라는 개를 사랑하는 것은 물론 개를 좋아하기까지 한다. 물론 보신용으로 말이다. 귀엽게 잘 키운 후엔 몸보신용으로 꿀꺽한다. 다른 민족보다 배는 더 개를 좋아하는 셈이다.
여름이 되면 국내의 보신 열기는 달아오른다. 삼복으로 접어들면서는 폭발하기에 이른다. 어느 통계를 보니 국내 개 사육두수가 40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진정한 애완견은 몇 마리나 될까.
이들 중 상당수는 보신용 개임에 틀림없다.
실례를 보자. 서울 등 대도시 동물병원의 개 종합백신 접종량은 동물병원당 한 달에 고작 100두 미만에 그치고 있지만, 보신견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지방농가의 경우는 성수기 한 달을 기준으로 잡아500~600두씩도 주문이 들어온다. 한 마디로 보신 열기가 만들어낸 엄청난 수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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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 사철탕, 멍멍탕, 맹구탕, 건강탕 등의 개고기는 진짜 사람 몸에 좋기는 좋은 것인가? 북한에서까지 ‘단고기’라는 이름으로 즐겨 먹는 것을 보면 진짜 몸에 좋기는 한 것 같다. 실제로 개고기는 소나 돼지, 닭 등 다른 육류와 달리 알칼리성이다. 그래서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산성 체질화를 방지하는 데다 지방층도 체외로 방출하는 불포화성이어서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다고 알려져 있다.
의사들도 이 같은 이유로 병약자나 수술·출산 직후, 특히 결핵과 같은 소모성 질환자들에게 건강식으로 권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의 음식 문화를 한번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세계 선진국들이 모두 손가락질하는데 굳이 개고기를 즐길 필요가 있는가.
개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욕먹을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의 음식문화에서 개고기는 사라져야 한다. 건강 식품이 즐비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굳이 개고기의 맛과 약효에만 매달릴 필요가 있겠는가?
한국형 애견의 부류는 개를 사랑하는 것과 음식으로서 즐기는 것,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서로 겸하는, 세 가지가 서로 혼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구의 애견 풍속처럼 개를 유별나게 모시는 것도 문제지만, 귀여운 개를 사람들의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 정도로 여기는 것도 지나친 것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사람이 어떻게 개를 먹을 수 있느냐는 감성에 호소하는 것일 뿐 논리는 아니다. 개고기 옹호자는 전통 음식문화를 즐기는데 왜 외국의 눈치를 봐야 하나며 전의에 불탄다. 예외없이, 거위 간도 먹으면서…를 들먹인다.
‘개는 여느 짐승과 다르다’ ‘정을 주고받는 반려동물이다’ ‘가족처럼 지내다 잡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식의 하소연은 식견인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왜 동물을 차별하는가’ ‘소 돼지 닭도 정겹기만 하던데’ ‘식물이 불쌍해요’라는 대응이 잇따른다.
이처럼 동물보호 실천가를 조롱부터 하고 보는 부류가 아니라면 타협안으로 설득한다. ‘식용견과 애완견은 별개다’ ‘고문치사 대신 고통없이 죽이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양대 이론이다. ‘황구는 본래 먹으라고 있는 것’이라며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누런 진돗개도 보신탕 감이다. 치와와, 요크셔테리어 같은 조막만한 개는 근수가 덜 나오는 덕에 연명할 따름이다. ‘상근이’ 그레이트피레네, ‘베토벤’ 세인트버나드는 매우 푸짐한 고깃덩이다.
열린동물의사회 회장 www.dog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