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앞트임·보톡스' 강아지 성형 실태…진실은?
'강아지 성형?' 최근 '성형 문제'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눈 앞트임, 보톡스 시술 등 강아지를 대상으로 한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는 몇몇 언론의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필동=이성락 기자 |
수의사 "미용 목적 아냐" vs 동물보호단체 "이제 좀 솔직해지자"
"강아지 성형이 말이 됩니까. 예뻐야만 사랑받나요?"
어릴 적부터 줄곧 강아지를 키웠다는 애견인 정 모(26·여) 씨의 목소리는 다소 격앙됐다. 그는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더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강아지 얼굴에 칼을 댄다는 건 주인의 욕심"이라며 치를 떨었다.
11일 <더팩트>와 만난 대부분의 애견인은 최근 몇몇 언론의 보도로 도마에 오른 '강아지 성형 논란'에 정 씨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눈 앞트임, 보톡스 시술, 쌍꺼풀 수술 등 인구 대비 성형 건수 1위를 기록하며 이른바 '성형 천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성형은 그리 낯선 주제가 아니다. 이런 성형 바람이 반려동물에게까지 불고 있다.
'강아지 성형', 실제로 존재하며,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단 치료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이 성형이 치료가 아닌 미용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주장 때문.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동물병원 수의사들은 강아지 성형과 관련, 잘못된 해석이 '오해'를 낳고 있다고 해명했다.
◆ 미용 목적 강아지 성형 논란 일축…"치료 위해서만 시행"
"강아지 성형, 진짜 있나요?" 동물병원을 비롯해 각종 애견 관련 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충무로역 인근. /필동=이성락 기자 |
"강아지 성형 수술할 수 있는 병원 맞나요?"
이날 오후 2시께 충무로역 근처에 있는 ㄷ 동물병원의 문을 열었다. 충무로역 인근은 동물병원을 비롯해 각종 애견 관련 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장소다.
ㄷ 동물병원 수의사는 '강아지 성형'이라는 말에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성형'이라는 단어에 예민하게 반응한 뒤 "무슨 성형이냐. 치료하는 거지"라며 불쾌해 했다. 이어 "미용을 목적으로 성형 수술을 하려면 돌아가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ㅎ 동물병원 수의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부분 동물병원에서 미용을 목적으로 성형수술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소문(?)을 들었다는 말에 "최근 떠도는 강아지 성형에 대한 여러 이야기에는 오해가 있다"며 "일반적인 개는 성형이 필요 없다. 필요한 경우, 즉 치료를 위해서 성형 수술이 행해지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성형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페키니즈는 생김새 때문에 코나 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피부병 등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성형이 필요한 것이다"며 "샤페이의 경우는 눈이 '말려 들어간다'는 표현을 하는데, 주름이 많은 강아지이기 때문에 간혹 성형 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동물병원에서도 "미용을 위한 강아지 성형을 할 수 있느냐"는 말에 "그럴 순 없다"고 일축했다. 논현동의 ㄱ 동물병원 수의사는 "먼저 강아지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는 말 자체를 부정한다"며 "동물 성형수술은 '미용' 목적이 아니다. 아마 다른 동물병원에서 하는 성형도 '치료' 목적에 의한 수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만난 수의사들에 따르면 '강아지 성형'은 그리 일반적이거나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 또 미용을 목적으로 한 '강아지 성형'이 유행한다는 말에도 어폐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논란이 된 '강아지 성형'은 없는 것일까. 오후 4시께 애견종합병원을 운영하는 윤신근 수의사를 찾았다. 윤 수의사는 그간 "자기 강아지를 예쁘게 만드는 것은 주인의 권리"라며 강아지 수술에 대한 비판을 반박해 왔다.
◆ '있다? 없다?' 강아지 성형 둘러싼 엇갈리는 주장
"미용 목적 아냐" 11일 <더팩트>와 만난 수의사들은 "미용 목적의 강아지 성형은 없다"고 밝혔다. 충무로역 인근 애견판매점 내부 모습. /필동=이성락 기자 |
윤 수의사는 "강아지 성형이 미용 효과가 100% 없다고 말할 순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수의사와 마찬가지로 강아지 성형은 '치료'를 기본 전제로 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람의 경우에는 100% 미용 목적으로 성형하지만, 개는 100%가 없다. 예를 들어 귀를 잘라 쫑긋하게 만드는 성형 수술을 한다면, 보기에도 좋고 기타 귀 관련 질환으로부터 예방도 되는 것이다"며 강아지 성형을 '일거양득'이라고 표현했다.
윤 수의사는 눈 앞트임이나 보톡스에 대해서도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눈 수술은 안검외반증 등 질환을 앓고 있는 강아지 치료를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보톡스는 허리를 쓰지 못하고 심한 통증을 앓고 있는 강아지에게 주입하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술이라고 해서 거부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수술은 수의사와 강아지 주인이 함께 잘 판단해서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으니 큰 걱정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강아지 성형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특히 일부 애견인과 동물보호단체 측에서는 "일부 수의사가 강아지 성형을 무분별하게 한다"며 이들이 '발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말 못하는 동물 앞에서 이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강아지 성형은 전적으로 사람의 만족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 동물 학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치료 목적이 있더라도 치료와 미용, 그 기준점이 모호하다.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위험성은 분명 존재한다"며 "강아지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받는다면 당연히 수술해야 하지만, 치료라는 명목으로 수술을 하고 있는 게 현재 실태다. 강아지 성형의 주목적은 주인의 만족, 욕구 충족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더불어 "강아지 성형과 같은 삐뚤어진 반려동물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며 "만약 강아지 성형을 생각하고 있는 주인이 있다면 성형에 앞서 '강아지가 진정 원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져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팩트ㅣ필동·논현동=이성락 기자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