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의문이 들었다. 보도된 것처럼, 강아지 성형이 정말 ‘유행하고’ 있을까? 유명 수의사 몇 명에게, ‘애견 성형’이 정말 유행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대부분 “아니다”라며 “기사가 과장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종합동물병원 김태환 원장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7일 팩트올과의 통화에서 “보도된 기사 내용은 현실적으로 거리가 있다”며 “아주 예전에는 미용 목적으로 강아지 꼬리나 귀를 자르는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그것은 약 10여년 전의 얘기”라며 “지금은 주인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져서 그런 수술을 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강아지 성형 보도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기사”라고 했다. “일명 ‘앞트임’ 수술이나, 안면 주름 제거 수술을 오로지 미용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못 봤다”는 것이다.
수의사 “강아지 성형이라니… 금시초문이다”
일명 ‘앞트임’ 수술의 정식 명칭은 ‘내안각 성형수술’. 눈살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있어 눈썹이 각막을 찌르는 경우, 불가피하게 해야만 하는 수술이다. 수술을 하고 나면 눈이 조금 커지는 효과를 ‘부수적으로’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수의사는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 눈이 커지니 ‘성형수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강아지의 입장에서 보면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적인 수술”이라며 “그 기사를 보고 주변 수의사들에게도 물어봤지만, ‘미용 목적으로 성형을 했다’는 말은 못들어봤다”고 말했다.
동물병원이 몰려 있는 서울 퇴계로 ‘애견 거리’의 수의사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수의사는 “미용 목적으로 성형 수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보도된 내용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확대한 과장”이라며 “사실상 그런(애견 성형) 경우가 없기 때문에, 기사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퇴계로 애견거리의 윤신근박사 동물병원 외관.
‘애견 성형’ 윤신근 박사와 10~12일 두 차례 인터뷰
그런데 취재 중 이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퇴계로 애견거리 초입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윤신근(62) 박사였다. 40년 경력의 수의사인 윤 박사는, 다른 수의사들의 시각과 완전히 다른 주장을 폈다. ‘애견 성형’과 관련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한 사람도 윤 박사였다. 8월 10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그를 인터뷰했다. 그의 주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대화 워딩’을 그대로 싣는다.
― 강아지 성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찬성한다. 개의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이다. 미용과 건강, 두 가지 다 얻을 수 있다. 과거에 많이 하던 귀, 꼬리 자르기 수술은 미용목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10~20% 정도의 위생 목적도 있다. 꼬리가 길면 먼지도 많이 붙고, 상처 나기도 쉽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귀, 꼬리를 안 자르는 게 유행이 됐다. 마치 그게 미덕이고 동물사랑인 양 돼왔다. 갑작스럽게 문화가 바뀐 것이다.”
― 미용성형에 대해서 반대 여론도 많다.
“사람하고 개하고는 다르다. 단순비교가 안 된다. 사람들은 성형을 순전히 미용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사람이 예뻐지기 위해 턱뼈 깎는 수술을 한다고 해보자. 턱 깎는다고 해서 씹는 게 더 나아지진 않는다. 그런데 개의 경우에는 미용목적으로 하지만 건강이나 위생까지 챙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 입장에서 보고 ‘미용성형’으로 생각해서 반대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
― 다른 수의사들은 미용성형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던데.
“몇몇 수의사들은 자기가 못하면 자기만 안하면 될 걸, 남까지 못하게 만든다. 할 수 있는 사람은 하면 된다. 애견인들에게 이것은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하면 어떡하나. (수의사들이) 좀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너무 고상한 척 한다.”

새로 구입한 독일제 골절치료 기기를 꺼내보인 윤신근 박사.
― “동물학대”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수술을 안한다고 해서 동물보호가 아니다. 사람도 예뻐지기 위해서 주사도 맞고, 마취도 하고 그러지 않나. 어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일도 따른다. 성형수술이 동물을 해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그렇게 따지면 전 세계적으로 도그쇼에 나오는 개들은 다 동물학대를 당하고 있는 건가? 걔네들 다 귀수술 한다. 쫑긋하게 보이기 위해서. 독일에선 귀수술 안해주니까, 프랑스에 가서 하고 오더라. 그런데 거기서는 ‘저 나쁜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 안 한다.”
― 개 성형이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건가?
“물론이다. 동물학대 아니다. 수의학적으로 학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강아지에 문제가 있으면 메스(수술용 칼)를 대야 하는 거다.”

윤신근 박사 상담실.
― 지금도 개에게 성형수술을 해주고 있나?
“계속 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피부, 유선 늘어지는 것 잡아주는 수술도 하고. 얼굴에 보톡스 시술도 하고 있다. 항문낭 없애는 수술, 항문 주변의 주름 없애는 수술도 한다. 유선 전체를 제거하는 건 200만~300만원 정도 하고. 보톡스 시술은 부위마다 다른데, 얼굴은 30만~50만원 정도 받는다.”
(*항문낭 수술은 항문 안쪽에 생긴 종기 등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윤신근 박사는 “항문 주위에 볼록 튀어나와 있어 수술을 안 하면 외관상 보기에도 안 좋고, 종기로 인한 악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유선 수술은 늘어진 가슴을 당겨서 보기좋게 하는 수술을 말한다.)
― 그런 수술들은 건강 목적인가, 미용 목적인가?
“앞서도 말했듯이, 건강·미용 목적 둘 다 있다. 사람도 얼굴 뿐만 아니라 몸, 은밀한 부위까지 다 성형한다. 개도 이런 부분들을 건강상의 이유나 미용 목적으로 다 수술할 수 있다. 생식기가 기형적으로 돼 있다면 보기 좋게 수술해 주고. 이런 수술을 가지고 ‘미용성형이다’라며 비판 하는 것은 사람들이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 “주인 마음대로 개에게 성형수술을 시켜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 말을 한 본인은 개한테 물어봤나? 개가 ‘저 좀 키워주세요’라고 해서 본인이 주인이 된 건 아니지 않나. 자기 맘대로 입양하고, 분양한 것 아닌가. 일부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은 남의 집에서 잘 자라고 있는 개에게도 자신들만의 잣대로 학대다 뭐다 한다. 그게 옳은 일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건강상의 이유가 없어도 개 주인이 미용성형을 원하면 해주나?
“못할 이유가 없다. 멀쩡한 귀를 자르는 수술도 하지 않나. 그건 치료 목적이 아닌데도…. 대신 나는 진단을 통해서 검사를 거친 다음 보호자와 상담해서 수술을 결정한다. 보톡스를 놔서 강아지가 예쁘게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해줘야 한다.”
― 성형 수술을 하면 견주가 만족하나?
“굉장히 만족해 한다. 수술할 때는 강아지가 힘들어하니까 주인 입장에서 마음 아파한다. 그런데 수술 끝난 후에는 수술시키길 잘 했다며 좋아한다. 얼마 전에 항문낭 수술을 한 적 있는데, 견주가 ‘보기에도 너무 좋고 냄새도 안나서 너무 좋다’고 했다.”
― 몇몇 수의사들은 성형 수술 안한다고 하던데…
“그런 수의사들은 ‘마이너스 수의사’다. 대학에서 다 배우는 건데, 그걸 안하겠다며 반대하고 있는 거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경우도 있다. 믿지 못하겠지만 피를 보면 쓰러지는 수의사도 있다. 수술을 못하는 수의사다.”
― 이런 소신을 펼치다 보면 반대 여론에 부딪히기도 할 것 같다.
“나는 적이 많다. 예전에는 내가 보톡스 시술을 하니까, 강남에 있는 모 동물병원 K 원장이 ‘보톡스 제품 허가 받은 거냐’며 나를 몰아붙였다. 검증 안 된 보톡스를 쓰는 것처럼 공격했다. 그런데 그건 이미 미국과 우리나라 식약청에서 다 승인해, 지금 사람에게 쓰고 있는 제품이다. 보통 약을 개발할 때는, 다 동물을 상대로 먼저 실험하지 않나. 모두 이미 검증된 제품이다.”

퇴계로 애견 거리에 있는 한 애견샵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들.
― 여기(퇴계로)는 예전부터 애견 거리로 유명했다. 주변 애견샵들과의 관계는 어떻나?
“좋지 않다. 한 번은 어떤 사람이 주변 애견샵에서 강아지를 분양 받았는데, 얘가 상태가 안 좋다며 병원에 데리고 온 적이 있다. 진찰해보니 장염이었다. 그래서 그대로 견주에게 말했더니, 견주가 애견샵에 가서 항의했다. 그랬더니 애견샵들이 찾아와서 난리를 피우더라. 왜 장염이라고 말했냐고.
몇몇 애견샵들은 아예 특정 병원을 지정해, 거기로만 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가면 아픈 강아지를 안아프다고 진단하고 그런다. 애견샵과 병원이 짜고 치는 거다. 수의사로서 정말 양심 없는 행동이다. 나는 소신 있게 진찰하고 말하니까, 애견샵 주인들이 나를 죽이겠다고 벼르기도 했었다. 나 때문에 자기들 장사 망했다면서. 그때는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껴 항상 뒤를 조심하고 다녔다.”
― 40년간 수의사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나를 싫어하는 수의사들, 동물보호 단체들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제일 힘들게 하는 건 견주들이다. 견주들이랑 처음에는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한번은 병원으로 전화가 한 통 와서 직원이 받았는데, 약을 주문할테니 보내라고 했다더라. 직원이 입금이 확인되면 발송하겠다고 했더니, ‘내가 원장이랑 친한 사람인데 나를 못 믿어서 못 보내주겠다는 거냐’며 직원에게 화를 냈다더라. 병원에 온 손님이라 강아지 진찰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눈 게 전부인데 그렇게 나온 것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지금은 견주들한테 강아지 진찰에 필요한 얘기만 딱 하고 만다. 그랬더니 이제는 ‘윤신근 불친절하다’고 난리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다.”
― 오늘(12일)이 말복이다. 혹시 개고기 먹는 사람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냥 우리 식문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먹지 않지만…. 먹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수의사들 중에서도 개고기 먹는 사람이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보신탕 반대 운동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개고기를 먹고 냄새 풍기면서 개를 진찰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 동물 학대가 뭐라고 생각하나?
“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하는 게 학대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밥을 잘 줘야 된다. 털이 길어서 눈을 찌르면 미용도 해줘야 한다. 항문낭 같은 게 생겨서 개가 불편해하는데 수술 안해주는 것도 학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