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손녀뻘쯤 되어 보이는 여자를 나에게 소개했다. 그녀는 히죽히죽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다.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야단들일까? 나는 짜증이 부쩍 일어 가마 밖을 내다보았다.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끝도 없이 이어진 사람들의 물결이었다. 가마에서 보면 사람들 머리와 어깨밖에 안 보이지만, 저쪽 끝에서 거대한 석상이 마차에 실려 기우뚱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 뒤로 약간 거리를 두고 또 다른 석상이 뒤따르고 있었다. 누구의 석상인지는 멀어서 보이지 않았다.그가 내 말을 막았다.해가 지면서 창문이 핑크빛과 자줏빛으로 물들어 갔다. 해질녘 로마의 하늘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그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었다. 나는 옥좌의 팔걸이를 움켜잡았다. 그가 수행원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왔다. 나는 그의 말발굽이 한 발 한 발 자갈 딛는 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말 등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나를 알아보았다는 내색조차 없었다. 우리는 같은 위치에 있었다. 그는 말 등에, 나는 입구 계단 꼭대기에 있는 옥좌에. 그가 재빠른 동작으로 말에서 내리더니 천천히 계단을 걸어 올라왔다. 그러면서도 줄곧 나에게서 눈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검은 눈을 떼지 않았다.그는 내 팔과 다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럴 때는 카이사르와 관계 있는 말을 꺼내는 게 상책이었다.누군가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빗장을 풀자, 안토니우스가 달려 들어왔다. 그는 실내를 매서운 눈으로 휙 둘러보고서, 노예처럼 변장하느라 입고 있던 망토의 두건을 벗었다.아!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생명을 바쳐서라고 그를 깨어나게 할 수만 있다면.그가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나도 그에게 매달리며 더욱 세게 안겼다. 어둠 속, 우리 두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나의 남자고, 나는 그의 여자였다.오늘 밤 어두워진 다음에 말입니다. 그게 저들의 손에 들어가면 큰일납니다. 그것만 제 손에 쥐고 있으면, 저한테 힘이

나는 이제부터 더 이상 그런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지만, 그건 상당한 의지를 필요로 했다. 이번 임신은 첫 번째와는 양상이 아주 달랐다. 첫 임신 때만 해도 얼마나 건강했고, 힘이 넘쳤던가. 알렉산드리아 전쟁을 직접 보겠다고 전투 현장에 달려가기도 했고, 밤에는 또 카이사르와 함께 지내지 않았던가. 당시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 몸의 변화 따위는 위식도 못한 채 지나치지 않았던가.옮긴이 현준만이십만 명을 먹였는데 말이야.그럼 나중에 받더라도 새로운 소식은 아니겠구나. 편지를 쓴 사람이 편지보다 일찍 도착했다면 소식이랄 것도 없잖아.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하겠어요.죽음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더군요. 죽음이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한 것이고, 결코 가볍게 다룰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화가 불끈 치미는 걸 감추느라 무진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과연 이런 무도한 자를 가만 놔 두겠습니까?그렇습니다. 로마로 가는 직선 항로입니다.육지다! 시칠리아의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친 산봉우리들이 신기루처럼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시칠리아를 향해 전진했다. 갈수록 산들이 점차 선명해졌다. 안도감이 느껴졌다. 우리는 지중해의 다른 편에 닿아 있었다.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팔이 울리고, 짐승 우리를 실은 마차들이 줄지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안에 검은 짐승이 보였는데, 정확히 어떤 짐승인지는 알 수 없었다.그리고 이건 내가 비너스 여신에게 바치는 선물이오. 비너스는 내 선조 아이네아스를 통해 율리우스 씨족을 창시한 장본인이라오. 파르살리우스 전투에서 비너스가 나에게 승리를 허락한다면 나는 그 보답으로 사원을 지어 바치겠다고 서약했더랬소. 그래서 지은 것이 바로 이 사원이오.그 생각은 자세히 해본 적이 없습니다. 건강한 사람인 경우 독약을 마시게 되면 몸이 먼저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요. 그래서 독에 저항하느라 고통이 따르는 겁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독초들은 딱 한가지 반응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서 여러 가지 증상을 한꺼번에 일으키는 게 일반적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