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근 박사, 동물 건강·생명 지킴이
[지구살리기나 환경보존, 좀 모호하다. 동물보호는? 좀 더 구체적이다. 동물보호보다 더 와닿는 말이 개돌보기, 고양이돌보기다. 고양이와 개를 잘 보살피면 지구도 살아난다는 비약이 과장 만은 아닐는지도 모른다.]
공익 ‘나팔수’
수의사 윤신근 박사(윤신근박사애견종합병원장·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의 캐릭터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20여년 전 신문 해외토픽란에 실린 외국의 불쌍한 떠돌이개 소식에서 출발한다.
이 뉴스를 접한 윤 박사는 대만으로 날아갔다. 보신탕용으로 가져간다고 의심하는 현지 동물보호소를 설득하고, 더러운 개여서 항공기 탑승이 거부되자 공항 화장실에서 씻겨 우리나라로 데려왔다. 이 타이완 개 1마리는 한국사회가 유기견 문제에 눈길을 주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
개는 가축이었다. 동물병원도 가축병원이었다. 윤 박사는 ‘짐승 수(獸)’자를 쓰는 수의사도 언젠가는 동물의사로 개칭되리라고 본다. 지난 40여년 간 자신의 선구자적 실천 경험을 믿는다.
개는 ‘사육’ 대상이라는 것이 상식이던 시절, 88서울올림픽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무렵 윤 박사는 한국의 개 기르기 풍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애견이 생활문화로 격상된 계기다. 누렁이, 발발이 쯤이 전부이다시피하던 견종을 세분화, 다양한 개 품종을 알렸다. 자비를 들여 어린이대공원에서 애완동물사진촬영대회를 매년 열었다. TV 3사의 각종 프로그램에 등장해 반려동물의 가치를 설파했다. 온갖 미디어에 동물사랑 글을 썼다. 개 기르는 법, 개 지식 백과사전을 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 MC 이경규, 영화배우 김혜수 등 개사랑도 끔찍한 유명인들의 사연을 널리 퍼뜨렸다. ‘개를 무서워하는 수의사’ 등의 에세이집을 통해서다.
그러다보니 방송과 책, 어린이신문 등에서 윤 박사를 마주한 어린이들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윤 박사를 지명, 팬레터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윤신근’이라는 이름에 꽂혀 수의대로 진학했다.
토종견들의 ‘수호천사’
서양 개들에게로만 관심이 쏠리는 추세에도 제동을 걸었다.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댕견), 불개, 제주개 등 한국 개들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저작들로 편중을 막고 균형을 이루고자 애썼다. 북의 풍산개 연구서까지 냈을 정도다. 이 책은 과거 정부를 통해 북측 권력자에게도 전달됐다.
1000년 전 사라진 개도 복제해낸다. 산불이 났는데 술에 취한 주인은 산기슭에 곯아 떨어졌다. 발을 동동 구르던 개는 몸에 물을 적셔 주인을 살리고 저는 죽었다. 오수개의 전설이다. 오수개 육종위원장이 바로 윤 박사다.
가축에서 반려로
애완동물이 가족같은 반려동물로 자리잡으면서 치료비 부담이 커졌다. 노령견이 크게 늘면서 신장, 심장, 이빨, 눈, 고환, 피부, 종양, 관절, 기관지, 슬개골, 자궁, 요로에 문제가 생기는 케이스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돈이 없어 반려동물의 질환을 고쳐주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주인의 사정을 윤 박사는 직시했다. 근본원인을 향한 정면돌파를 택했다.
치료비용 부담, 작심 해소
윤 박사의 동물병원 진료항목 중에는 수가가 파격적인 것들이 많다. 종합백신 5000원이 대표적이다. 여느 동물병원의 3분의 1~10분의 1에 불과하다. 자체 조제와 투약, 외과수술 경력 덕분에 가능한 치료비이므로 비용을 올려받을 생각은 없다. 구충제와 심장사상충약 등도 헐값에 가깝게 공급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의 중성화수술도 아주 저렴하게 서비스한다. 불요불급한 각종 검사, 입원치료는 권하지 않는다. 가정 상비용으로 감기약, 위장약, 안약, 피부연고 등을 권한다. 굳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는 경미한 질환으로 치료비 부담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수술은 저비용, 고난도 수술은 적정가다. 매우 합리적인 면이다.
“국민보건과 같은 맥락이다. 동물의 건강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동물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며 약품, 사료, 용품 가격도 대폭 내렸다.
병은 알리라고 했다. 이 부분에서도 윤 박사의 활약은 돋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 케널코프 따위 질환의 심각성을 외쳤다. 종합예방접종(DHPPL) 한 방이면 그만이던 관행이 어느덧 교정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심장사상충의 위험을 공론화한 주역 또한 윤 박사다.
오랜 임상에서 비롯된 술기와 하모닉 제너레이터300·엔실 RF60·서지트론4.0 등 첨단 의료기기 활용으로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극소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절개부위 최소화란 곧 회복기간 가속으로 이어진다.
수의사 사명 다한다
1976년 수의사가 된 윤 박사는 수의장교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픈 동물들을 돌보는 외길을
걷고 있다. 서울대 수의대 외래교수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오후 8시까지 문을 여는 서울 중구 필동 윤신근박사애견종합병원에서 토·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료 중이다.
스타 수의사인 데다 2개층 대형공간에 첨단 의료기기를 갖춘 동물병원장이지만, 모든 진료와 수술은 윤 박사 단독으로 한다. 아픈 개와 고양이들이 끊이지 않아 스케일링을 하루 32마리나 하고, 5마리를 일제히 마취시킨 다음, 마취가 이뤄진 상태에 맞춰 한 마리씩 차례로 수술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같은 시스템이 동물 주인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평이다. 일종의 경영합리화다. 수술의 안전성과 정확도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 몰려들다시피 하는 ‘환자’들이 입증하는 바이다.
윤 박사는 ‘항문낭은 그대로 둬야한다’ 따위의 속설에는 정면 대응한다. “1시간 이상 걸리고 출혈 걱정도 큰 어려운 수술이어서 두려워하는 병원들이 많다”면서 “반려동물과 주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항문낭은 제거하는 것이 낫다”고 못 박는다. 윤 박사는 지혈 상태로 5분 남짓이면 이 수술을 해낸다.
윤신근 박사는 자다가도 깨어나 메모하고, 허공에 대고 수술 연습을 한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수술을 한다. 조제실에서 동물약을 지을 때는 하나님에게 기도한다. ‘내 손길을 거친 모든 동물들이 완쾌되고, 약을 먹는대로 회복되기를….’ 02-2274-8558 www.dogs.co.kr